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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2

'사는 곳을 사랑하기 까지 오래걸렸다'

 

고향으로 돌아온 내 초중고 동창들은 이곳에서 사업장을 열며 자기 밥벌이를 하고 산다.

가끔 지나가다 친구들을 보면 쟤도 어디 못갔구나 생각했다. 젊은이는 서울로 가서 살아야지 하는 생각은 어른들처럼

내게도 스며들어 태어난 곳에서 쭉 살아도 된다는 생각에 의심을 품게 했다.

나도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야지, 하는 생각은 지금 여기 예쁜것을 봐도 모른체 하게 한다.

이곳은 폐광 이후 거의 죽은 도시가 되었다. 강원랜드가 개업한 후 외지에서 취업한 젊은 가족들이나 뜨내기 손님 같은 인구들도

더러 있다. 그들이 사는 아파트는 아직까지 쓸만한 가구며, 옷가지며, 패트병들이 쓰레기로 몇톤씩 나오곤 한다.

주말이면 다들 그들의 본가로 돌아가 아파트 주차장은 텅텅빈다. 유령도시가 된다.

나는 그들이 사는 아파트를 지나쳐 지어진지 20년이 넘은 오래된 내 집으로 퇴근한다. 그 아파트를 보며 내 서울살이를 생각한다.

밤에도 고성방가에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새벽 3시에 나가도 어디서든 날 취하게 하던, 그러나 마음 두지 못했던 그곳을 생각한다.

외지인으로 뿌리가 뽑힌 채 살던 젊은 시절의 나, 

네온 사인과 이름 모를 젊은이들로 가득했던 강남역, 그 한복판에서 지내던 나는 너무나도 외로웠다.

이제는 외롭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아침이면 울어대는 새소리이며, 눈을 돌리면 눈앞에 바로 서있는 푸른 측백나무며, 복숭아 나무, 예쁜 노란꽃이 피는 밤나무,

자작나무, 앞뜰에 있는 닭의장풀, 쇠뜨기, 개망초, 다양한 이끼, 그들을 자세히 보고있노라면 어느새 외로움은 저멀리 사라지고 없다.

나는 이제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늘 아파트 앞의 텃밭을 가꾸러 나가는 오랜 주민인 아주머니의 뒷모습을,

원하는 곳에 살며 원하는 것을 해도 좋을거라는 내마음을,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바람에 흩날리는 나무에 달빛이 걸릴 때, 

나는 이 나무를 오래 보고 싶다는 마음이 모든것을 묶는다.

​비로소 나는 내가 사는 곳을 사랑하게 되었다.

191111

나와 당신의 어린 시절은 모두 '가능태'였다.

사회에서 만들어낸 허상들 속에서 우리는 우등한 것이라고 규정된 -물질적인 부, 아늑하고 안락한 자신만의 공간,

미디어가 광고하는 아름다움, 좋은 학벌- 것들을 얻지 못하면 스스로를 열등하다고 세뇌하며 자라났다.

지금의 나 역시 그것과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다.

자의든, 타의든 나를 옭아맨 규정들 속에서 나는 자유롭고 싶기를 갈망하지만

결국은 그 덫에 빠져 점점 더 덫 속으로 침잠되기 십상이다.

물질적으로 아무리 가난하다고 할지라도 나의 정신 만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묶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격조 있는 것이 아름답다고 모두가 외치는 세상에서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 본질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내고 찾아내고 싶다.

별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사소한 일상들,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그리고 나와 당신의 삶 자체는 이미 예술이다.

예술은 현실 속에서 곧바로 먹을 것을 주지도, 잘 곳을 제공해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예술은 나와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을 변화 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현실 속의 미세한 파동이 현실을 조금씩 변화 시키는 힘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소한 일상 속, 그 안에서 사랑이 깃드는 마음,

나를 규정 짓는 틀에서 벗어나려는 처절한 몸부림, 

그것이 예술을 살아있게 하는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201128

그림을 그리는 것은 자신의 호흡을 담는 것입니다.

​만약 그림에 자신의 호흡이 담겨있지 않다면 그것은 죽은 그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그림을 그릴 때 붓과 색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그 도구는 금세 익숙해져 잊어버리고 말지요.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을 똑같이 재현해보겠다는 열망에 휩쌓여 그것을 최대한 닮게 그리려고 하는 것을 우선시 하게 됩니다.

 

그러기 앞서 생각해봅시다.

내가 이것을 왜 그릴까? 이것에서 느껴지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이것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 생각들을 하다 보면 내가 그리려고 하는 대상이 나에게 차차 스며들게 됩니다.

스며듦의 상태에서 색을 선택한 뒤 잡고 있는 붓으로 하나 하나 대상을 탐색하며 관찰해봅니다.

우리가 노래를 부를 때 기승전결이 있듯이,

하나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과정에서도 기승전결이 있습니다.

연하게 붓질 한 위에는 강렬한 엑센트가 올 수 있고, 조용 조용하게 다시 노래를 불러나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노래처럼 그림을 그리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림이 완성되게 됩니다.

 

대상의 모양이 얼마나 닮아있는지는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상에서 내가 느껴지는것이 무엇인가 입니다.

느끼는게 무엇인지 어렵다면 상상력을 동원해볼 수 있습니다.

사물에 대한 상상력을 통해 우리는 사물에 대한 생각을 확장해 나갈 수 있고 그것은 대상을 너머

나, 우리, 그리고 사회, 역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상은 중요합니다.

상상은 우리를 사색의 순간으로 이끌어 

사물에 대한 사랑과 연민, 동감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우리 자신 만을 생각하며 살아가지는 않았나요?

내 앞에 있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남들보다 빠르게 달려오지 않았나요?

그런 삶의 방식으로 인해 우리의 상상력은 메마르고

대상과 사물을 바라보고는 있지만, 결국에는 그 사물의 외 형태 만을 아무 느낌 없이 바라보며 살아왔던 것입니다.

결국 그림을 그리면서도 사물의 외 형태만을 아무 느낌 없이 재현해내는 것에 목을 매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대상을 사랑하게 되는 것입니다.

쓸데없는 자존심을 버리고 대상 그 자체가 되어보려고 해보세요.

대상에 비추는 빛이 되어 그것을 감싸보기도 하고,

바람이 되어 훑어 보기도 하고,

나를 만나기까지 어떤 세월을 지내왔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무엇이 되었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느끼고, 그것을 표현해보려고 한다면,

​내가 느끼는 어떤 대상이 자연스럽게 표현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211028

사라지는 것은 대체로 아름답다.

사라지는 것은 마냥 슬픈 일이 아니다.

단지 죽는다는 것 만이 죽는 것은 아니다.

눈은 떴지만 다시는 시작되지 않는 것 역시 죽는 것이다.

 

름답고 슬픈,

나는 그것들을 애도하고 싶다.

220127

땅은 우리의 어머니이고, 물은 우리의 피이다.

220131

자본주의 사회는 공동체를 개인주의로 바꿔버리고

개인의 이기심을 부추겨 사회를 굴러가게 한다.

​결국 사람들은 더욱더 외로워지고 더욱더 슬퍼지며 더욱더 고립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회복 해야 한다.

자신으로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남들과 경쟁하기보다

일등만이 아닌 나머지

주류만이 아닌 비주류

다수만이 아닌 소수를 회복 해야 한다.

220227

도행지이성.

길은 걸어감으로써 만들어진다.

​나는 나의 길을 걷기 위해 태어났다.

220329

요즘은 캔버스 평면에 점을 찍고 있다.

 

화면에 켜켜히 쌓아나가는 점들이 모여 자신들의 세계를 이루어나가는 것을 보면 묘한 희열이 온다.

나는 커다란 평면, 그 안에서 그저 조용히 행위 한다.

나를 괴롭히는 그 모든 시끄러운 일들을 감내하며 하나하나 쌓아나간다.

점과 점이 모여 군집을 이루고, 군집들은 조용히 서로를 돕는다.

뿜어져 나오는 조용한 빛들, 그 빛들을 보며 나는 역설적으로 위로를 받는다. 

©2021 by HwangHaNui.

​황하늬 작업 포트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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